안녕 ! 신리
안녕, 신리 — 떠나는 마을, 남는 기억
며칠 전, 울산의 작은 책방에서 열린 상영회에서 다큐멘터리 〈안녕, 신리〉를 봤다.
포스터 속 “원전 이주의 기록”이라는 부제가 자꾸만 마음에 남았다.
한 마을이 사라진다는 것
신리는 울산 서생면에 있던 어촌 마을이다.
현재 울산의 최남단 마을인 신리마을은 2025년 하반기 준공 예정인 새울 원자력발전소
3호기 인근에 위치하고 있다.
고기잡이로 하루를 시작하던 사람들, 이웃끼리 서로 김치를 나눠 먹고 대문을 잠그지 않던 곳.
그런 마을이 새울 원전 3·4호기 건설로 인해 이주하게 되었다.
이 다큐는 단순한 '이주 과정 기록'이 아니다.
원전 건설로 인한 신리마을의 이주와 철거과정을 중심으로 주민들의 삶의 변화와 상실을
기록한 작품이다.
공동체가 해체되고 기억이 뿌리째 뽑혀 나가는 순간들을 차분하고 조심스럽게 담아낸다.
한 가정의 주방, 텅 빈 골목길, 말없이 비워진 집들.
그리고 카메라 앞에서 망설이며 말을 잇지 못하는 어르신들.
화면 너머의 마음
영상을 보며 여러 번 울컥했다.
“그냥 이 마을에서 살다 죽고 싶었다”는 어르신의 말이 자꾸 귓가에 맴돈다.
화려하거나, 자극적인 편집도 없다.
하지만 이 다큐는 아주 조용히, 그러나 아주 깊게 관객에게 말을 건다.
“당신이 사랑하는 그 장소도,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질 수 있다”는 메시지.
이주지의 풍경
신리 주민들은 이제 ‘신리지구’라는 이름의 이주 단지로 옮겨가고 있다.
기반시설은 마련되고 있지만, 그곳엔 아직 추억도, 역사도, 풍경도 없다.
이주를 선택한 사람과 남기로 한 사람 사이의 거리,
이주한 이후에도 정착하지 못한 마음들.
이 모든 것이 이 다큐 안에 차곡차곡 담겨 있었다.
나에게 남은 질문
“우리는 과연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을까?”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무언가를 ‘희생’해야만 하는 지금,
신리라는 마을은 어쩌면 우리 모두의 미래를 앞서 살아낸 지도일지도 모른다.
〈안녕, 신리〉 – 원전 이주의 기록
🎬 연출: 조민조 PD
🏆 2025 한국민방협회 우수상 수상작
📍 장소: 울산 서생면 신리 / 이주지: 덕골지구, 신리지구
💬 영상 링크: 유튜브 바로가기 www.youtube.com/@ubc_entertain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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